예술의전당 오페라 '마술피리', 캐릭터로 생동감을 살리다

입력 2017-08-23 20:05   수정 2017-09-05 16:55



(김희경 문화부 기자) 캐릭터가 살아나면서 오페라 ‘마술피리’엔 극적 요소가 더욱 강하게 채색됐습니다. 파미나 공주, 파파게노와 같은 주역부터 파미나를 노리는 모노스타토스, 파파게노를 사랑하게 되는 파파게나 등 비중이 낮은 캐릭터까지 모두 살아 숨쉬는 듯한 연기를 해냈는데요. 서로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져 더 조밀하면서도 흥미롭게 진행됐습니다.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마술피리’의 프레스리허설 얘깁니다. 오페라극장에서 CJ토월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화려함은 확실히 덜해졌지만 대신 캐릭터의 힘으로 생동감이 한껏 살아났습니다.

이 작품은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시작됩니다. 새잡이 파파게노, 악인 밤의 여왕, 의로운 철학자 자라스트로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부른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불타오르고’가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예술의전당은 2001~2009년 9차례 CJ토월극장에서, 2015~2016년 오페라극장에서 이 공연을 올리며 매년 매진 기록을 세웠습니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쉽고 재밌는 작품이어서 ‘가족 오페라’라는 타이틀도 이어가고 있지요. 이번엔 대형 오페라극장에서 중극장인 CJ토월극장으로 다시 무대를 옮겼는데요. 그러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1791년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민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민속극 형태의 ‘징슈필(Singspiel)’로 만들었는데요. 노래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대사 형식의 레치타티보가 중간중간 나오죠. 그래서 원작도 연극의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많은 공연에서 마법이란 소재와 동화적 요소를 살리기 위해 과장된 설정과 무대 장치를 사용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작품의 본질은 사라지고 화려함만 남은 채 끝나는 무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엔 모차르트가 의도했던 ‘징슈필’의 색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무대 미술도 화려한 미디어아트 대신 절제된 현대 조형물들로 꾸며져 있었는데요. 이를 통해 캐릭터 자체와 극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모차르트가 병상에 누워 “아, 지금은 파파게노가 등장할 시간이야”하고 중얼거렸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던 캐릭터인 새잡이 파파게노의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독일어 아리아와 한국어 대사가 섞여있어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 이번 공연에서 바리톤 우경식은 대사가 많은 파파게노를 감칠맛 나는 연기로 잘 살려냈죠.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도 톡톡히 해냈죠.

음악적인 부분에선 파미나 공주의 목소리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대부분이 귀에 익숙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에 파미나 공주의 아리아엔 관객들의 관심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짙은 음색의 소프라노 양귀비는 이 역을 맡아 타미노 왕자를 위한 애절함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특히 타미노 왕자가 자신을 버린줄 알고 부르는 ‘아, 가버린 사랑이여’에선 간절함을 담은 섬세한 목소리가 돋보였습니다.

가장 주목도가 높은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불타오르고’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은미는 아리아 특유의 고음을 매끄럽게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성량 자체가 좀 약했는데요. 중극장의 특성상 대극장에서보다 소리가 더 멀리 크게 울려퍼질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죠.

공연은 24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립니다. 여성 오페라 연출가인 장영아 연출이 맡았고, 지중배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로 진행됩니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인데다가 캐릭터를 잘 살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끝)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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